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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방송의 유료 채널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컨버터가 시판돼 파문이 일 전망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 같은 컨버터가 공연히 거래되고 있지만 국내 케이블방송을 겨냥한 제품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케이블방송의 비즈니스 모델을 뒤흔들 수 있는 이 같은 사실을 접한 한국케이블TV협회는 법률 검토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달 29일 국내 한 중소 제조 업체가 일명 ‘프리컨버터’ 또는 ‘CATV 컨버터’라고 불리는 기기를 제조하고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이 업체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네티즌들과 활발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자가 찾아간 이날도 문의 전화와 방문이 적지 않았다.

 이 컨버터는 한 마디로 ‘유료 채널’을 ‘무료 채널’로 만든다. ‘캐치온 플러스’ 등 ‘프리미엄 서비스’로 분류되는 유료 채널을 신청하지 않은 가구도 이 기기만 설치하면 공짜로 시청할 수 있다.

 해당 업체의 김 모 대표는 “전국의 지역방송사 중 35개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며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걸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출장 설치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데는 케이블 방송이 가구마다 동일하게 전달된다는 점이 이용됐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기본 채널과 프리미엄 채널이 신청자에 따라 다르게 전달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케이블 방송사에서 송출하는 채널은 가정마다 모두 같다.

 다만 프리미엄 채널의 경우 ‘스크램블’이란 일종의 암호를 걸어 볼 수 없게 만들었고 프리미엄 신청자는 별도의 컨버터를 설치해 암호를 풀어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업체가 만든 기기도 이 같은 암호를 푸는 것인데 여러 지역에서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암호 해제 기능을 넣은 게 다르다.

 케이블 방송사들이 신청자에 따라 방송을 별도로 송출하면 되지만 전송 방식을 바꾸거나 암호를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약점도 파고 들었다.

 불법 논란이 예상되지만 이 업체는 “현재 불법이라고 판단할 규정이 없다”며 “국내에서는 우리가 처음 판매하는 것이지만 이미 5년 전부터 미국, 일본, 대만 등에 수출을 하고 있고 이들 국가에서는 해외 업체들도 제조, 판매를 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케이블TV협회는 이 같은 제품이 국내에도 시판됐다는 정보를 최근 접하고 현재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협회 측은 “명확히 따지기 위해 현재 법률 검토 중에 있다”며 “입장이 정리되는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가 판매금지가처분 신청과 같은 조치를 취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하더라도 파문은 쉽게 수그러들 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이 같은 수신기를 제조하는 업체가 4∼5곳으로 알려져 있고 해외 업체들도 많아 또 다시 이런 수신기가 등장할 지 모른다. 게다가 소비자가 이 기기를 사용 중인 걸 확인해도 이를 금지하거나 수거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 기기는 아날로그식 케이블방송 환경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며 29만원이란 고가에도 인터넷에서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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